경제공부

나는 어떻게 투자자가 되었는가 코스톨라니에서 시작된 19년 투자

Consultant 2026. 3. 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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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컨설턴트입니다.

블로그에 시장 이야기는 많이 썼지만 정작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투자 방식에 도달했는지는 제대로 적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 투자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저는 금융권 종사자가 아닌 대기업에서 일하던 평범한 공돌이였습니다. 2008년 입사 후 2년 차가 되었을 때 회사 생활이 꽤 힘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일이 고돼서라기보다, 이 길을 오래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금융권 이직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CFA라는 자격증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그저 “이걸 따면 금융권으로 갈 수 있겠지” 정도의 단순한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권오상 회계사님의 수업을 들으며 처음으로 기업 분석이라는 것을 제대로 접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고, 숫자로 회사를 읽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큰 돈을 들여 공부했지만 CFA 시험은 영어로 치러야 했고, 결국 저는 그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좌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실패가 오히려 제 투자 인생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자격증은 포기했지만 공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처음 깊게 읽은 책이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결의 책을 찾아 읽다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만나게 됩니다.

제 투자 철학의 근간은 분명합니다.

코스톨라니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기업만 본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좋은 뉴스가 나온다고 반드시 시장이 오르는 것도 아니며 시장은 논리보다 돈과 심리로 더 크게 움직인다는 것을 그때 처음 이해했습니다. 그 이후 제 투자의 뿌리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돈+심리 = 추세


물론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0년대 초반, 완전히 초보 투자자였던 저는 저PBR이라는 말에 꽂혀 조선주에 들어갔습니다. 싸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과는 간단했습니다. 1년 반 동안 물렸고, 결국 6% 수익으로 겨우 탈출했습니다. 그때 배운 것은 하나입니다.  
싸다고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했고 낮은 숫자 하나만 보고 들어가면 오래 갇힐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후에도 혼자 계속 공부했습니다. 소액으로 투자했고, 많이 헤맸습니다. 2018년에는 셀트리온을 33만원 부근, 지금 돌이켜보면 거의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9천만원이나 넣었습니다. 당시에는 나름의 논리(영업 이익률)가 있었겠지만 지금 보면 아직도 초보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리딩방도 들어가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남의 확신을 빌려 투자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돈으로 남의 판단을 사는 셈입니다. 그 시기를 지나며 하나씩 걸러냈습니다.

남의 말, 시장 소음, 즉흥적인 확신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별히 거시경제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부터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리와 채권이 보이고 그다음 환율이 보이고 환율 위에서 산업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그 위에서 종목이 왜 오르고 왜 밀리는지가 연결되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협지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있다면 비슷한 느낌이었을 겁니다. 대단한 비법을 얻은 것이 아니라 그냥 오랜 시간 쌓인 조각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맞물린 것입니다.

그때부터 제 투자 순서는 명확해졌습니다.

금리 → 채권 → 환율 → 산업 → 기업


대부분의 투자자는 종목을 먼저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기업은 나무입니다. 금리는 숲입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면 좋은 기업을 사도 나쁜 시기를 함께 사게 됩니다.

제 투자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100만원 수준의 소액으로 소형주 단타를 치며 푼돈을 벌던(혹은 잃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는 단순한 폭락장이 아니었습니다. 돈의 가격이 시장 전체를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그 시기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원자재 트레이딩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습니다. 천연가스, 원유, 구리, 니켈 같은 자산들을 보며 2020년 한 해 동안 5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확신했습니다. "내가 거시의 흐름을 읽는 눈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구나."  이후에는 지수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지수 레버리지 투자에서 100% 수익률을 기록한 경험도 있습니다. 원자재에서 시작해 지수로 확장되고 다시 산업과 기업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제 안에서 하나의 체계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투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드는 2억원이었습니다. 그 중 1억원은 대출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시작해 약 75개월 만에 13억원까지 왔습니다.
물론 이 숫자를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수익은 결과일 뿐입니다. 핵심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확률을 높였는가입니다.

투자는 큰돈으로 시작해서 부자가 되는 게임이 아니다. 작은 돈이라도 시간, 복리, 그리고 자기 확신이 같은 편이 되면 결국 부의 방향은 그쪽으로 기울게 된다.

저는 투자란 지식 자랑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많이 안다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흔한 실패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잉에서 나옵니다. 쓸데없는 뉴스, 남의 의견, 즉흥적인 전망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결국 자기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더 단순해졌습니다.

연준의 금리를 봅니다.
그 다음 미국 국채 금리의 방향을 봅니다.
숫자 하나하나보다 상승 추세인지, 하락 추세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 위에서 환율을 보고 산업군을 보고 마지막에 개별 기업을 봅니다.
실질금리나 유동성 같은 지표도 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지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정책의 방향이 먼저고 시장 반응이 다음입니다.

지금의 저는 가치투자로 시작해 거시 이해도를 높였고, 산업 사이클을 한 축으로 삼게 된 투자자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업을 찾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업을 좋은 시기에 사는 일은 더 중요합니다.
결국 투자는 기업을 보는 눈과 시장을 보는 눈이 함께 자라야 하는 일입니다.

제가 코스톨라니를 존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돈을 번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을 해석했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틀을 남겼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하며 그런 방향을 생각합니다. 저는 돈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돈은 제가 알아서 벌면 됩니다. 제가 블로그에 남기고 싶은 것은 종목 하나 찍어주는 글이 아니라 시장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관점입니다.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나서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더 길게 보고
조금 더 자기 생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투자의 목적은 한 번 크게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탈락하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 것입니다. 오래 버틴 사람만이 좋은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이 블로그에 시장과 산업, 수급과 투자 철학에 대해 계속 기록할 생각입니다. 제 투자 철학의 출발점은 분명합니다.

코스톨라니에서 시작된 19년 투자.
그리고 그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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